세 입째부터 맛이 죽는다 아직 다 먹지도 않았는데, 무언가가 나 대신 판단하고 있었다
케이크가 생겨서 먹었다. 첫 입은 분명히 좋았다. 그런데 몇 입 지나지 않아 그 좋음이 눈에 띄게 줄었다. 배가 부른 것도 아니고 케이크가 상한 것도 아닌데, 같은 것을 같은 입으로 먹는 동안 감각만 조용히 물러났다.
이상한 일이다. 나는 그것을 좋아하기로 결정했고, 아직 다 먹지도 않았다. 그런데 몸은 내 결정과 무관하게 신호를 줄이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나 대신 판단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더 이상한 것은 그 판단이 케이크에만 걸렸다는 사실이다. 그 순간 옆에 짭짤한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여전히 맛있었을 것이다. 포만이 아니다. 미각 전체가 꺼진 것도 아니다. 정확히 그 대상 하나에만 신호가 끊겼다.
이 글은 그 판단의 정체를 따라간다. 그리고 그것이 취향의 문제도, 의지의 문제도, 사치의 대가도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 수용체 하나에서부터 개체군의 이동 규칙까지, 여섯 개 층위에서 동일하게 작동하는 규칙이 하나 있다. 케이크에 질리는 감각은 나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나를 만든 규칙이 잠깐 의식 위로 올라온 사건이다.
필요 질리지 않는 개체는 살아남지 못했다
질림이 무엇인지 묻기 전에, 질림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한 번 좋았던 것이 계속 좋기만 한 동물을 상상해 보자. 그 동물은 세 가지 방식으로 죽는다.
첫째, 독으로 죽는다. 1974년 프릴랜드와 잰전은 초식동물이 왜 한 가지 식물만 먹지 않는지를 설명하는 고전적 논문을 발표했다. 식물은 거의 예외 없이 이차대사산물 — 알칼로이드, 탄닌, 배당체 같은 방어 화학물질 — 을 품고 있고, 동물의 해독 능력은 각각의 물질마다 따로, 그리고 유한하게 존재한다. 한 종류를 조금씩 먹으면 처리되지만 같은 것을 대량으로 먹으면 그 경로만 포화된다. 따라서 먹이를 섞는 것 자체가 해독 전략이다. 잡식동물에게 식이 다양성은 취향이 아니라 강제였다.
둘째, 굶어서 죽는다. 자원은 한 자리에 무한히 있지 않다. 좋았던 자리에 계속 머무르는 개체는 이미 고갈된 곳에서 점점 줄어드는 수확을 붙들고 있게 된다. 떠나야 할 시점을 알려주는 신호가 없다면, 그 개체는 자기가 가장 좋아했던 자리에서 굶는다.
셋째, 잡아먹혀서 죽는다. 그리고 이것이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이유다. 감각기관의 일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배경에서 전경을 분리해 내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에 계속 반응하는 신경계는 변하는 것을 감지할 여력이 없다. 풀잎이 흔들리는 소리와 포식자가 다가오는 소리를 구별하려면, 풀잎 소리는 먼저 지워져 있어야 한다. 배경을 지워야 전경이 보인다.
질림은 감각의 손실이 아니라, 감각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이다.
이 세 번째 이유가 왜 질림이 포만감보다 훨씬 먼저 오는지도 설명한다. 만약 이 브레이크가 배가 부를 때쯤 걸린다면, 독소는 이미 축적되었고 자리는 이미 비었으며 감각은 이미 마비된 뒤다. 소용이 없다. 그래서 이 회로는 위장이 차기 한참 전에, 몇 입 만에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
여기까지가 답이다. 남은 여섯 장은 이 답을 분자에서부터 다시 증명한다. 놀라운 것은 각 층위가 서로를 알지 못한 채 같은 계산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01단계 주요 출처
- Freeland W.J. & Janzen D.H. — "Strategies in Herbivory by Mammals: The Role of Plant Secondary Compounds," The American Naturalist 108 (1974).
- Rozin P. — "The Selection of Foods by Rats, Humans, and Other Animals," Advances in the Study of Behavior (1976). 잡식동물의 신기성 선호·기피 이중구조.
- Rankin C.H. et al. — "Habituation revisited: An updated and revised description of the behavioral characteristics of habituation," Neurobiology of Learning and Memory 92 (2009). 습관화의 적응적 기능 논의.
분자 수용체는 계속 자극받으면 스스로를 줄인다
질림의 가장 낮은 층에는 감정도, 학습도, 신경계도 없다. 세포막에 박힌 단백질 하나가 있을 뿐이다.
수용체는 특정 분자가 와서 결합하면 세포 안쪽으로 신호를 넘긴다. 그런데 그 분자가 계속, 끊이지 않고 결합하고 있으면 수용체는 신호를 계속 넘기지 않는다. 대신 자기 자신을 끈다. 순서는 정해져 있다. 먼저 수용체가 인산화되어 신호 전달 단백질에서 떨어진다(탈공역). 다음으로 세포막에서 안쪽으로 끌려 들어간다(내재화). 자극이 더 오래 지속되면 아예 분해되거나 발현량 자체가 줄어든다(하향조절).
이 과정이 가장 정밀하게 밝혀진 사례가 베타-아드레날린 수용체다. 로버트 레프코위츠와 브라이언 코빌카는 이 계열의 수용체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스스로를 끄는지를 규명해 2012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임상에서도 익숙한 현상이다. 같은 약을 계속 쓰면 효과가 떨어지는 내성(tolerance), 약을 갑자기 끊었을 때 나타나는 반동 현상은 모두 이 하향조절의 결과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이 세포가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포는 그 신호가 좋은지 나쁜지, 값이 비싼지 싼지 모른다. 세포가 실행하는 규칙은 하나다 — 지속되는 신호는 억제한다. 감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층위에서 이미, 질림의 모양이 완성되어 있다.
02단계 주요 출처
- Nobel Prize in Chemistry 2012 — Robert J. Lefkowitz & Brian K. Kobilka, "for studies of G-protein-coupled receptors." nobelprize.org
- Rajagopal S. & Shenoy S.K. — "GPCR desensitization: Acute and prolonged phases," Cellular Signalling (2018).
- NIH StatPearls — "Physiology, Receptor Downregulation." ncbi.nlm.nih.gov
뉴런 변하지 않는 것은 지워진다
한 층 위로 올라가면 신경세포가 있다. 그리고 여기서 같은 규칙이 학습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군소(Aplysia)라는 바다 민달팽이는 아가미를 건드리면 움츠린다. 에릭 캔델의 연구진은 이 단순한 반사를 반복해서 자극했다. 그러자 반응이 점점 약해졌다. 놀라운 것은 그 감소가 근육의 피로 때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감각뉴런과 운동뉴런이 만나는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 방출량 자체가 줄어 있었다. 자극이 오래 반복되면 시냅스의 구조적 연결 수까지 감소했다. 뇌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신경계에서, 반복은 물리적 흔적을 남기며 반응을 지웠다.
이 현상은 군소만의 것이 아니다. 1966년 톰프슨과 스펜서는 계통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습관화의 공통 특성들을 정리했고, 이 목록은 2009년 랭킨 등에 의해 갱신되어 오늘날까지 표준으로 쓰인다. 원생동물부터 인간까지, 신경계를 가진 거의 모든 생물이 같은 방식으로 반복에 반응한다. 습관화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널리 퍼진 학습이다.
인간에게서 이 규칙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실험은 1952년 딧치번과 긴즈버그가 Nature에 보고한 것이다. 그들은 눈의 미세한 움직임을 정밀하게 상쇄해, 망막 위에 상(像)이 완전히 고정되도록 만들었다. 결과는 명확했다. 몇 초 만에 그 상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눈을 뜨고 있고 빛은 계속 들어오는데, 보이지 않았다.
그러므로 우리 눈이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미세하게 떨리는 것은 결함이 아니다. 떨지 않으면 세상은 보이지 않는다. 시각은 빛을 받는 능력이 아니라 빛의 변화를 받는 능력이고, 변화가 없으면 신경계는 그 대상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처리한다. 1장에서 말한 세 번째 이유 — 배경을 지워야 전경이 보인다 — 가 여기서 실험으로 확인된다.
03단계 주요 출처
- Ditchburn R.W. & Ginsborg B.L. — "Vision with a Stabilized Retinal Image," Nature 170 (1952).
- Thompson R.F. & Spencer W.A. — "Habituation: A model phenomenon for the study of neuronal substrates of behavior," Psychological Review 73 (1966).
- Rankin C.H. et al. — "Habituation revisited," Neurobiology of Learning and Memory 92 (2009). pmc.ncbi.nlm.nih.gov
- Kandel E.R. — In Search of Memory (2006); 군소 아가미 움츠림 반사와 시냅스 가소성.
회로 신호는 예측되는 순간 0이 된다
02장의 생화학과 03장의 시냅스가 계산의 언어로 번역되는 지점이 있다. 1997년 볼프람 슐츠, 피터 다얀, 리드 몬터규가 Science에 발표한 연구다.
그들은 원숭이의 중뇌 도파민 뉴런을 기록했다. 흔한 오해와 달리, 이 뉴런은 보상 자체에 반응하지 않았다. 세 가지 상황이 명확하게 갈렸다.
예상하지 못한 보상이 주어지면 뉴런은 강하게 발화했다. 그런데 특정 신호음 다음에 보상이 온다는 것을 학습하고 나자, 발화는 신호음 쪽으로 옮겨가고 보상이 도착하는 순간에는 아무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보상은 똑같이 주어졌는데도 그렇다. 그리고 예상했던 보상이 오지 않으면, 발화율은 기저선 아래로 떨어졌다.
도파민 뉴런이 보고하는 것은 '얼마나 좋았는가'가 아니라 '예상보다 얼마나 좋았는가'다.
여기서 질림의 정확한 정의가 나온다. 예측오차 = 0. 대상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그 대상에 대한 예측이 완성된 것이다. 학습이 끝났다는 것과 신호가 꺼진다는 것은 같은 사건의 두 이름이다.
클로드 섀넌이 1948년에 정의한 정보의 개념과 정확히 겹친다. 완전히 예측되는 신호는 정보량이 0이다. 다음 글자가 무엇일지 확실히 아는 문장은 읽을 필요가 없다. 뇌가 반복되는 대상에서 신호를 끊는 것은 인색해서가 아니라, 거기 더 이상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이 정의를 손에 쥐고 나면 마지막 장의 질문 — 어떤 것들은 왜 질리지 않는가 — 에 답할 준비가 된다.
04단계 주요 출처
- Schultz W., Dayan P. & Montague P.R. — "A Neural Substrate of Prediction and Reward," Science 275 (1997).
- Schultz W. — "Dopamine reward prediction error coding," Dialogues in Clinical Neuroscience 18 (2016). pmc.ncbi.nlm.nih.gov
- Shannon C.E. — "A Mathematical Theory of Communication," Bell System Technical Journal 27 (1948).
개체 뇌는 대상마다 따로 셈한다
이제 케이크로 돌아갈 차례다.
1981년 바버라 롤스 연구진은 정확히 그 상황을 실험실에서 재현했다. 참가자들에게 한 가지 음식을 원하는 만큼 먹게 한 뒤, 처음에 평가했던 여러 음식들을 다시 맛보고 평가하게 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방금 먹은 그 음식의 쾌감만 유의하게 떨어졌고, 먹지 않은 음식들의 쾌감은 거의 그대로였다. 연구진은 이 현상에 감각특이적 포만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같은 연구실은 반대 방향의 실험도 했다. 한 가지 음식만 제공했을 때보다 여러 종류를 섞어 제공했을 때 사람들은 눈에 띄게 더 많이 먹었다. 뷔페에서 배가 이미 부른데도 디저트가 들어가는 이유가 여기 있다. 위장은 하나지만, 장부는 대상마다 따로 있다.
에드먼드 롤스의 원숭이 실험은 이 장부를 뉴런 단위로 보여준다. 안와전두피질의 뉴런들은 각각 특정 음식에 반응한다. 원숭이가 그중 한 음식을 포만에 이를 때까지 먹으면, 그 음식에 반응하던 뉴런만 발화를 멈추고 다른 음식에 반응하는 뉴런은 계속 뛴다. 미각 신호가 처음 들어오는 일차 미각피질에서는 이런 특이적 감소가 나타나지 않는다. 즉 이것은 혀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훨씬 안쪽에서 계산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케이크가 맛없어진 것이 아니다. 그 케이크를 담당하던 뉴런이 장부를 닫은 것이다.
그리고 이 회로는 그것이 어떤 케이크인지 모른다. 좋은 것이라는 사실은 안와전두피질의 이 계산에 입력되지 않는다. 좋은 것일수록 더 억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매긴 값과 뇌가 재고 있는 값이 애초에 다른 단위이기 때문이다. 뇌가 재고 있던 것은 이 감각을 얼마나 더 반복해도 되는가였다. 1장의 첫 번째 이유 — 한 가지에 치우치면 죽는다 — 가 실제 회로로 구현된 모습이 이것이다.
05단계 주요 출처
- Rolls B.J., Rolls E.T., Rowe E.A. & Sweeney K. — "Sensory specific satiety in man," Physiology & Behavior 27 (1981).
- Rolls B.J. et al. — "Variety in a meal enhances food intake in man," Physiology & Behavior 26 (1981).
- Rolls E.T. — Emotion and Decision Making Explained (Oxford University Press, 2014); 안와전두피질 단일세포 기록과 감각특이적 포만감.
- Rolls E.T. — "Taste, olfactory, and food reward value processing in the brain," Progress in Neurobiology 127–128 (2015).
개체군 그래서 개체는 자리를 옮긴다
앞의 네 층위가 최종적으로 만들어내는 행동은 하나다. 이동.
1976년 에릭 차노프는 자원이 흩어져 있는 환경에서 동물이 언제 자리를 떠야 하는지를 수식으로 정리했다. 한계가치정리라 불리는 이 규칙의 내용은 단순하다. 현재 자리에서 얻는 수확률이 그 환경 전체의 평균 수확률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떠나라. 자리가 완전히 비기를 기다리면 늦다. 평균보다 못해지는 순간이 이미 손해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 규칙은 놀랄 만큼 넓은 범위에서 확인되었다. 벌새와 기생벌, 기니피그, 예쁜꼬마선충 같은 신경세포 삼백여 개짜리 동물, 그리고 인간 수렵채집 사회의 이동 패턴까지. 심지어 붉은털원숭이가 동료의 얼굴 사진을 들여다보며 사회적 정보를 수집할 때에도, 그 체류 시간은 같은 규칙을 따랐다. 다른 정보원이 멀리 있을수록 원숭이는 현재 얼굴을 더 오래 보았다.
먹이에도, 서식지에도, 심지어 정보에도 같은 식이 돈다. 대상이 무엇이든 뇌가 계산하고 있는 것은 동일하다 — 여기서 더 얻을 것이 남아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질렸다'고 부르는 감각의 정체가 분명해진다. 그것은 판정이 아니라 통보다. 대상이 나빠졌다는 판정이 아니라, 이 자리에서 얻을 것이 평균 아래로 내려갔다는 통보다. 그리고 그 통보의 목적은 단 하나, 이동이다.
06단계 주요 출처
- Charnov E.L. — "Optimal Foraging, the Marginal Value Theorem," Theoretical Population Biology 9 (1976).
- Stephens D.W. & Krebs J.R. — Foraging Theory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86).
- Milton J.N. et al. — "Social resource foraging is guided by the principles of the Marginal Value Theorem," Scientific Reports 7 (2017). pmc.ncbi.nlm.nih.gov
- Bendesky A. & Bargmann C.I. — "Should I stay or should I go?" Worm (2012); 예쁜꼬마선충의 먹이자리 이탈 결정. pmc.ncbi.nlm.nih.gov
예외 그런데 팥만쥬는 질리지 않는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모든 것이 질려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나에게는 몇 년째 질리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팥만쥬다. 케이크는 세 입 만에 신호가 죽었는데 이것은 그러지 않는다. 같은 사람, 같은 뇌, 같은 회로인데 왜 여기서는 장부가 닫히지 않는가.
세 가지가 겹친 결과다.
첫째, 신호가 약해서 브레이크가 늦게 걸린다. 감각특이적 포만감은 자극이 강하고 특이할수록 빠르고 세게 작동한다. 비싼 케이크는 지방과 당과 향과 크림이 층층이 쌓인 고강도 신호다. 팥만쥬는 단순하고 담백한 쪽에 가깝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설계의 일부다. 매일 먹어야 하는 것 — 밥, 물, 담백한 것들 — 에까지 브레이크를 강하게 걸면 개체는 죽는다. 질림의 강도는 그 대상이 생존에 덜 필수적일수록 세진다. 케이크가 빨리 질리는 것은 케이크가 특별해서다.
둘째, 질릴 만큼 먹지 않는다. 감각특이적 포만감은 시간이 아니라 누적 노출량에 걸린다. 케이크는 한자리에서 큰 조각을 끝까지 먹으니 회로가 한 번에 열렸다가 닫힌다. 팥만쥬는 하나 둘 먹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회로가 포화되기 전에 멈추고, 다음에 먹을 때쯤이면 이미 초기화되어 있다. 이 회로는 영구적이지 않다 — 커트 리히터가 1930년대에 보여주었듯, 몸의 결핍 상태는 한때 꺼졌던 선호를 다시 켠다. 질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질리기 전에 그만두는 것일 수 있다.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한자리에서 다섯 개를 연달아 먹어보면 된다.
셋째, 매번 딸려오는 정보가 다르다. 그리고 이것이 04장의 회수다. 질림의 정의가 예측오차 = 0이라면, 예측오차가 계속 발생하는 대상은 원리적으로 질릴 수 없다. 케이크는 대개 사건이지만 팥만쥬는 일상 안에 있다. 어디서 샀는지, 어떤 계절인지, 누구와 먹는지가 매번 다르다. 뇌가 닫는 장부는 '팥만쥬'라는 항목 하나가 아니라 그것이 놓인 맥락까지 포함한다. 맥락이 계속 갱신되는 한 오차는 0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빨리 질리는 것
감각 강도가 높다 · 한 번에 많이 노출된다 · 맥락이 고정되어 있다 · 두세 입이면 전부 읽힌다
오래 가는 것
강도가 낮고 반복 가능하다 · 소량씩 나뉜다 · 맥락이 매번 달라진다 · 한 번에 전부를 내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질리지 않는 것들은 규칙의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그 규칙이 무엇을 재고 있었는지를 드러낸다. 뇌가 끄는 것은 좋음이 아니라 정보다. 그래서 정보가 멈추지 않는 대상 앞에서는, 같은 회로가 끝까지 열려 있다.
07단계 주요 출처
- Hetherington M.M. — "Sensory-specific satiety and its importance in meal termination," 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 20 (1996).
- Rolls B.J. — "Sensory-specific satiety," Nutrition Reviews 44 (1986); 자극 강도·섭취량에 따른 차이.
- Richter C.P. — "Increased salt appetite in adrenalectomized rats," American Journal of Physiology (1936); 결핍에 따른 특이적 식욕.
- Schultz W. — "Dopamine reward prediction error coding," Dialogues in Clinical Neuroscience 18 (2016).
질림은 고장이 아니라 이동 명령이다
여섯 개의 층을 걸어왔다. 수용체는 지속되는 자극 앞에서 스스로를 껐다. 시냅스는 반복되는 자극에 방출량을 줄였다. 망막에 고정된 상은 몇 초 만에 사라졌다. 도파민 뉴런은 예측이 완성되는 순간 침묵했다. 안와전두피질은 먹은 음식의 장부만 골라 닫았다. 그리고 개체는 수확이 평균 아래로 내려간 자리를 떠났다.
이 여섯 층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수용체는 최적수렵이론을 모르고, 개체군은 자기 세포 안에서 무슨 인산화가 일어나는지 모른다. 그런데 계산 결과는 매번 같다. 서로 다른 층위가 우연히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것은 그 규칙이 생명이 조직되는 방식 자체에 새겨져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그러니 그 케이크에 질린 것은 취향의 배신도, 좋은 것을 알아보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규칙이 제 일을 했을 뿐이다. 다만 그 규칙은 그것이 어떤 케이크였는지를 모른다. 그것이 알고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 — 같은 것을 계속 먹는 개체는 살아남지 못했다는 사실.
그리고 팥만쥬가 몇 년째 질리지 않는다면, 그것이 케이크보다 훌륭해서가 아니다. 아직 다 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래 좋아하게 되는 것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한 번에 전부를 내주지 않는다.
질린다는 것은 나빠졌다는 판정이 아니라,
여기서 얻을 것이 끝났다는 통보다.
그리고 그 통보는 언제나, 떠나라는 뜻이었다.
전체 참고 문헌 (Reference)
- Freeland W.J. & Janzen D.H. — "Strategies in Herbivory by Mammals: The Role of Plant Secondary Compounds," The American Naturalist 108 (1974).
- Rozin P. — "The Selection of Foods by Rats, Humans, and Other Animals," Advances in the Study of Behavior 6 (1976).
- Nobel Prize in Chemistry 2012 — Lefkowitz R.J. & Kobilka B.K., "for studies of G-protein-coupled receptors." nobelprize.org
- Rajagopal S. & Shenoy S.K. — "GPCR desensitization: Acute and prolonged phases," Cellular Signalling 41 (2018).
- NIH StatPearls — "Physiology, Receptor Downregulation." ncbi.nlm.nih.gov
- Ditchburn R.W. & Ginsborg B.L. — "Vision with a Stabilized Retinal Image," Nature 170 (1952).
- Riggs L.A., Ratliff F., Cornsweet J.C. & Cornsweet T.N. — "The disappearance of steadily fixated visual test objects," Journal of the Optical Society of America 43 (1953).
- Thompson R.F. & Spencer W.A. — "Habituation: A model phenomenon for the study of neuronal substrates of behavior," Psychological Review 73 (1966).
- Rankin C.H. et al. — "Habituation revisited: An updated and revised description of the behavioral characteristics of habituation," Neurobiology of Learning and Memory 92 (2009). pmc.ncbi.nlm.nih.gov
- Kandel E.R. — In Search of Memory: The Emergence of a New Science of Mind (W.W. Norton, 2006).
- Schultz W., Dayan P. & Montague P.R. — "A Neural Substrate of Prediction and Reward," Science 275 (1997).
- Schultz W. — "Dopamine reward prediction error coding," Dialogues in Clinical Neuroscience 18 (2016). pmc.ncbi.nlm.nih.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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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rnov E.L. — "Optimal Foraging, the Marginal Value Theorem," Theoretical Population Biology 9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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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ndesky A. & Bargmann C.I. — "Should I stay or should I go?" Worm 1 (2012). pmc.ncbi.nlm.nih.gov